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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 어느 60대노부부 이야기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카카오톡도 느릿느릿 독수리 타법으로 보내는 어머니가 무려 ‘카카오스토리’를 설치하시고, 매일같이 ‘미스터트롯’의 ‘임영웅’에게 투표하셨다. 항상 책만 읽으시고, 아버지의 기타 소리마저 시끄럽다며 핀잔주시던 어머니가 트로트에 빠지셨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어머니의 마음을 흔든 트로트는 무엇일까,, 궁금했지만 굳이 찾아보진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트로트는 어르신들만 듣는 노래라는 편견이 있었던 것도 같다.

어느 날, 부모님이 서울 집에 찾아오셨고 어머니의 강력 추천으로 임영웅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틀었다. 아, 노래를 듣자마자 왜 어머니가 트로트에 빠졌는지 알 것 같았다. 트로트하면 생각나는 빠르고 경쾌한 템포가 아닌 차분하고 조용한 멜로디였다.

노래 한 소절 한 소절도 주옥같았다. 50을 넘기시고 60을 바라보시는 어머니에게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는 삶의 일부였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에 아버지를 만나,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을 지나서, “큰 딸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 방울”을 훔치는 날로 향하고 계셨다.

이 노래는 우리 어머니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또 다른 영감을 주었다. 트로트를 피하기만 했던 나에게 반성한다. 그리고 줄곧 자식만 생각하시던 어머니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준 트로트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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